CJ올리브영이 국내 1·2위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제치고 처음으로 ‘뷰티 매출 1위’에 올랐다. 화장품을 제조하지 않고 유통만 하는 플랫폼 업체가 제조사 매출을 넘어선 것이다. K뷰티의 산업 생태계가 대형 브랜드에서 신진 중소·인디 브랜드 위주로 재편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리브영의 성장사는 국내 화장품업계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국내 화장품 유통채널의 대세는 ‘원브랜드숍’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과 이니스프리를 필두로 더페이스샵(LG생활건강), 미샤 등 자사 제조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로드숍 등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온라인 채널의 성장과 중국의 ‘사드 보복’ 등이 본격화하자 원브랜드숍을 운영해 온 대형 제조사는 위기를 맞았다. 이들이 휘청이는 동안 빈틈을 메운 건 신진 중소·인디 브랜드 업체들이었다.
신진 중소·인디 브랜드 업체는 자체적으로 상품을 개발해 제조·판매·유통까지 해온 아모레퍼시픽 등과 달리 상품 기획을 제외한 나머지를 ‘외주화’했다. 제품 생산은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에, 유통은 올리브영 등 ‘멀티브랜드숍’에 맡기는 식이다. 브랜드와 아이디어만 있다면 대규모 제조설비나 유통채널 없이도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며 K뷰티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 대표는 “올리브영은 온·오프라인 경쟁력은 물론 ‘바잉 파워’까지 갖춰 당분간 적수가 없을 것”이라며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e커머스, 다이소 등이 위협 세력으로 꼽히지만 상품군과 콘셉트가 달라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k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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